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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녹차 향 따라 걷는 길, 남파랑길 77코스의 조용한 위로

by 사부작거리누 202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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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만을 품고 이어지는 치유의 여정

남파랑길 77코스는 전라남도 보성군의 득량면에서 회천면 율포솔밭해변까지 이르는 힐링 코스로, 자연의 향기와 인간의 삶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길이다. 이 구간은 특히 ‘보성다향길’ 2코스와 4코스 일부가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도보 여행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시작점은 득량만의 대표 명소 중 하나인 비봉공룡공원 입구이며, 종점은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한 율포솔밭해변이다. 전체 코스는 주로 농로와 해안길을 따라 이어져 있어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과 동행하는 고요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걷는 내내 동행하는 득량만의 바다는 고요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풍경을 제공한다.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변화하는 바다의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고, 탁 트인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논과 밭, 그리고 멀리 보이는 솔숲은 도보여행자에게 또 다른 정서적 안식처가 되어준다. 코스의 대부분이 평탄하게 조성된 농로와 해변길이어서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 않으며, 특히 걷는 리듬에 따라 몸과 마음이 서서히 자연의 호흡에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녹차 향기와 바다 내음이 함께하는 풍경

남파랑길 77코스는 보성의 지역 정체성을 오롯이 담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중간 지점에 위치한 **율포솔밭해수욕장**은 수심이 깊지 않고 바닥이 고운 모래로 되어 있어 여름철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하지만 이곳이 진정한 힐링의 명소가 되는 이유는 단지 해수욕에 그치지 않는다. 솔밭 사이로 스며드는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는 마치 세상의 소음을 걸러내는 필터처럼 작용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던 잡념들을 하나하나 지워간다.
그 옆에 위치한 율포해수녹차센터는 보성이 자랑하는 녹차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감각적 경험의 장이 된다. 해수를 활용한 족욕, 녹차탕, 녹차 음료 등 다채로운 체험을 통해 여행자는 다시금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곳은 단순히 피로를 풀어주는 장소가 아니라, ‘차문화’라는 오랜 전통을 통해 몸과 마음을 동시에 정화시키는 공간이다.
특히 이 코스는 ‘속도’보다는 ‘호흡’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걸음을 멈추고 녹차밭을 바라보거나,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채 해송 숲을 거니는 순간순간이 곧 여행의 클라이맥스가 된다. 주변에는 상업적인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과 마주하는 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여행자는 더욱 깊이 있는 휴식을 얻게 된다.

느림과 사색의 길 위에서 찾은 진짜 힐링

남파랑길 77코스는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를 제공하는 길이다. 속도에 얽매이지 않고, 풍경과 향기,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이 길 위에서는 ‘여행’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현대인의 피로는 단순한 휴식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며, 남파랑길 77코스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최적의 여정이다.
시점인 비봉공룡공원 입구에서는 자연의 생명력과 역동성을 느끼며 출발하게 되고, 종점인 율포솔밭해변 입구에 이르면 고요한 바다와 푸른 녹차밭이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걷는 도중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되짚어보게 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선, 하나의 명상이며 자기 회복의 시간이다.
물론 이 길에는 갓길이 없는 차도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편의시설이 많지 않아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불편함이 이 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너무 편리하지 않기에 더 집중하게 되고, 너무 화려하지 않기에 더 진심이 묻어나는 길.
남파랑길 77코스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느림의 미학'을 일깨우며, 걷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한다. 자연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찾아가고 싶은 사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호흡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길 위에서 진짜 힐링의 정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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