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66코스는 통영 광도면 죽림해안누리길에서 무전동 원문고개까지 이어지는 약 12.4km의 해안 도보 길이다. 바다와 도시, 그리고 주민들의 일상이 어우러지는 이 구간은 관광지로서의 화려함보다는,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조용한 시간과 마주하는 길이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평화로운 해안 풍경과 공원, 항구, 마을의 골목길은 걷는 이에게 차분한 여유와 소소한 감동을 선물한다. 이 글에서는 ‘바다를 품은 일상의 산책길’이라는 테마로 66코스를 따라 걸으며 만난 따뜻한 순간들을 함께 나눈다.
바다와 일상이 만나는 그곳, 한 걸음 한 걸음의 위로
여행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종종 크고 멀다. 하지만 진짜 위로는 가끔, 아주 가까운 일상 속에서 조용히 피어난다. 남파랑길 66코스는 바로 그런 길이다. 관광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한 도시의 일상에 스며드는 길. 그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진한 여운과 휴식을 얻게 된다. 통영 광도면 죽림해안누리길에서 시작되는 이 코스는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완만한 해안길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귓가에 닿는 파도 소리, 그리고 등 뒤로 느껴지는 햇살은 어떤 특별한 장치 없이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이 코스는 걷는 내내 마치 ‘누군가의 하루’를 따라가는 기분을 준다. 아침이면 조깅을 즐기는 주민들이 스쳐가고, 낮에는 산책 나온 어르신들의 여유로운 걸음이 이어진다. 길 옆으로는 조용히 흐르는 해안선과 작은 공원이 함께하며, 걷는 이의 생각도 서서히 느려진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냥 길 위에서 나를 맡겨두는 순간. 그때 비로소 일상이 얼마나 고요하고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깨닫는다.
관광지 특유의 북적임도, 화려한 포토존도 없는 이 길이 주는 감동은 그래서 더욱 깊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남파랑길 66코스는 그런 공간이다. 마치 오래전 살던 동네를 다시 찾은 것 같은 익숙함과, 처음 보는 풍경임에도 낯설지 않은 편안함이 공존하는 길. 그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여행’이 아닌 ‘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느낌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도시와 바다가 어우러진 따뜻한 도보 여정
66코스의 시작점인 죽림해안누리길은 통영 시민들의 대표적인 산책로이자 휴식처다. 초입부터 바다를 따라 잘 정돈된 데크길이 이어지고, 길가엔 해송과 벤치가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 걷는 첫걸음은 마치 ‘오늘 하루를 천천히 시작하자’는 다정한 인사를 받는 기분이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어선들, 방파제 끝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고요하게 퍼지는 파도 소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이어진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죽림생활체육공원’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그대로 묻어나는 장소다.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노년의 부부, 아기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 그리고 푸른 잔디 위를 뛰어노는 아이들. 그 장면 하나하나가 특별한 연출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는다. 이 코스를 걷는 동안, 누군가의 소소한 일상이 나의 감정과 맞닿으며 공감이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중반부에 이르면 ‘무전동 해안로’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조용한 주택가 옆으로 해안길이 이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콘크리트 옹벽 위로 피어난 들꽃들, 벽에 그려진 오래된 벽화, 그리고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거창하지 않지만 정겹다. 이곳을 걷다 보면 오히려 도심과 바다가 만나는 경계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마치 일상과 여행, 삶과 쉼의 사이를 오가는 듯한 기분이다.
종점인 원문고개에 가까워질수록, 길은 서서히 고요해진다. 주변은 점차 숲으로 둘러싸이고, 사람의 소리보다 바람 소리가 가까워진다. 마지막 구간에선 걸음이 조금 느려진다. 아쉬움 때문이다. 다 걸었지만, 더 걷고 싶어지는 길. 그건 이 코스가 주는 정서가 그만큼 섬세하고 다정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마지막이 아니라, 일상의 한 페이지를 걷고 나온 듯한 그런 기분. 남파랑길 66코스의 진짜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걷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평범함의 소중함
남파랑길 66코스를 다 걷고 난 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길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다’는 것이었다. 요란하지 않고, 튀지도 않지만,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그런 친구처럼, 이 코스는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감정들을 조용히 꺼내준다.
바다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사람의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파도의 리듬, 바람의 흐름, 그리고 그 속을 걷는 자신의 발걸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무의식 중에 위로를 받는다. 남파랑길 66코스는 그런 리듬을 지닌 길이다. 여유가 없는 삶에 스며들어,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속삭여주는 길. 그러니 이 길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흔히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지만, 이 코스에서는 오히려 ‘익숙함’이 새롭게 다가온다. 누구나 매일 걷는 듯한 길, 누구나 사는 마을의 풍경 같지만, 그 속에 감춰진 따뜻함과 조용한 울림은 걸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이 코스를 추천할 때는 말보다 ‘직접 걸어보라’는 한 마디가 가장 정확하다.
남파랑길 66코스를 걸은 그날 이후, 나는 도심 속 평범한 산책길조차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걷는다는 것은 단지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다듬는 일이라는 것을 이 길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변화는 오래도록 기억된다. 누군가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이 길을 추천하고 싶다. 특별한 준비도 없이, 그냥 걷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남파랑길 66코스, 바다를 품은 통영의 일상 산책길에서 마주한 여유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