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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72코스, 바다와 마을이 전하는 따뜻한 순간을 걷다

by 사부작거리누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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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72코스는 경남 통영시 당동삼거리에서 광도면 죽림해안누리길까지 약 13.3km를 잇는 도보 코스로, 통영의 일상적인 풍경과 바닷가 마을의 정취가 어우러진 따뜻한 여정을 선사한다.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 느릿한 마을의 시간 속을 걸으며, 파도 소리와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에서 진짜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을의 소소한 풍경들은 특별하지 않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길 위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풍경이 전하는 온기, 남파랑길 72코스는 그 따뜻한 순간들을 걷는 길이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에서 마주한 따뜻한 순간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낯선 풍경을 보기 위해, 누군가는 새로운 음식을 맛보기 위해 떠난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여행을 통해 그저 조용히 ‘머무르고 싶은 곳’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특별한 액티비티가 없더라도,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그저 걷고 머물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장소. 남파랑길 72코스는 바로 그런 곳이다.
이 길은 통영시 당동삼거리에서 출발해 죽림해안누리길까지 이어지는 13.3km의 여정이다. 화려한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마을 사람들의 삶과 바다가 묵묵히 흐르는 풍경이 여기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소박하고 단순한 코스지만, 걷다 보면 느껴지는 감정의 온도가 확연히 다르다. 바닷가 마을 특유의 소박함, 담장 너머 들리는 할머니의 낮은 대화 소리, 빨래 너머로 흔들리는 해풍. 모든 장면이 다정하다.
도심에서 벗어난 이 길은 큰 소리보다는 잔잔한 음성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걷는 속도는 느려지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조금 더 섬세해진다.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 한적한 해안길에서 멀리 섬을 바라볼 때, 어느 순간 ‘이 시간만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밀려온다. 그렇게 이 길은 감정을 눌러 담기보다는 조용히 풀어주는 공간이 된다.
또한 남파랑길 72코스의 매력은 그저 조용하고 따뜻하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 길은 바다와 마을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사람과 자연이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걷는 이가 외부인이 아닌, 잠시 머무는 이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남파랑길 72코스는 그래서 혼자 걷기에도, 둘이 걷기에도, 혹은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전혀 무리 없는 여정이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오히려 감정은 더 깊어지고, 마을과 바다의 일상적인 정서는 걸음마다 마음에 닿는다. 특별한 장면은 없을지 몰라도,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은 분명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대체로 따뜻하다.

마을과 바다가 전해주는 소소한 감동의 풍경

남파랑길 72코스의 초입부는 비교적 도시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당동삼거리를 지나 도보를 시작하면, 차도와 상가가 어우러진 일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곧 걷는 방향이 바다를 향하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바뀐다. 도로변에선 빠르게 지나가던 차량들이 멀어지고, 길은 차분해지며 걷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주변이 정돈된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통영의 작은 어촌 마을들이다. 낮은 지붕과 담장이 이어진 골목길, 햇볕에 말라가는 생선, 나무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이 마을은 그 자체로 통영의 삶을 보여준다. 관광객을 위한 준비된 풍경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삶의 공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걷는 이가 느끼는 감정은 ‘구경’이 아닌 ‘공감’이다.
바닷가로 발걸음을 옮기면 고요한 해안길이 이어진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 물결 위를 떠다니는 어선, 그리고 멀리 보이는 연화도와 한산도의 윤곽. 이런 풍경 속에서는 걷는 속도 자체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된다. 쉼터에 앉아 숨을 고르고, 텀블러에 담긴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시는 그 짧은 순간이 이 여정에선 작은 힐링이 된다.
중간 지점쯤에서는 바닷가 마을 특유의 풍경이 다시 등장한다.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 항구에 정박한 낡은 어선, 아이들이 놀다 놓고 간 고무줄 줄넘기. 이 모든 풍경은 거창하지 않지만, 걷는 이의 감성을 부드럽게 건드린다. 특히나 혼자 걷는 여행자에겐 그 무엇보다 위로가 된다. 외롭지 않게 해주는 풍경, 그것이 이 코스의 가장 큰 힘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길은 넓어지고, 죽림해안누리길로 이어진다. 잘 정비된 해안 산책로와 공원이 나타나며, 이 길의 여정이 차분히 마무리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바다의 수평선이 다시 시야에 가득 차오르고, 그 풍경은 오늘 하루의 끝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죽림해안누리길은 그 자체로 힐링의 공간이자, 코스를 마무리 짓는 완벽한 장소다.
이 모든 길 위의 장면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결국 하나의 감정으로 수렴된다. 바로 ‘따뜻함’이다.

기억에 남는 건, 결국 따뜻한 순간들이다

사람들은 종종 여행에서 강렬한 인상을 기대한다. 이국적인 풍경, 놀라운 맛, 잊을 수 없는 체험.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오히려 아주 조용하고 소소한 장면들이다. 남파랑길 72코스는 그런 장면들로 가득하다. 벽화가 칠해진 마을 담벼락, 해풍에 흔들리는 커튼, 바다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벤치 하나.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걷는 이에게 다정한 감정을 건넨다.
이 길은 그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빠르게 걷지 않아도 되고, 멈춰 있어도 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속도, 나만의 리듬이 생기고, 그것은 곧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된다. 이 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고 생각을 정돈하는 시간 그 자체다.
그리고 그 길 위에는 마을이 있다. 사람들의 삶이 있고, 바다가 있다. 바다는 멀리 있지 않고, 마을은 낯설지 않다. 그래서 이 여정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잠시 누군가의 일상 속에 들어가 머무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런 경험은 흔치 않다. 사람의 온기와 자연의 여백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파랑길 72코스에는 그 모든 요소가 있다. 복잡했던 감정을 조용히 풀어내고, 눈앞의 풍경에 감정을 걸어두며, 말없이 위로받는 그런 하루가 가능해진다.
결국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건 따뜻한 감정이다. 그것이 특정 장면일 수도 있고, 길 위에서 마주한 한 사람의 미소일 수도 있다. 남파랑길 72코스는 그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길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 걸어도 괜찮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도 충분하다.
이 길을 걷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스며든 장면들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래도록 당신의 일상 속에서 작은 온기를 전할 것이다. 남파랑길 72코스는 그렇게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여정을 선사하는, 바다와 마을이 전해주는 따뜻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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