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길, 남파랑길 75코스
남파랑길 75코스는 고흥군의 남양면에서 대서면까지 이어지는 약 13km의 도보 여행길로, 고흥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장식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 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남도의 자연, 삶, 그리고 정서가 녹아 있는 ‘걷는 쉼표’와도 같은 존재다. 마을길과 농로, 방파제 등을 거닐다 보면 차분한 고요함과 함께 자연이 속삭이는 소리를 귀에 담을 수 있다. 이 코스의 특징은 단연 고흥만의 넉넉한 풍광과 갯벌, 썰물, 밀물 등 자연의 리듬이 선사하는 경관이다. 특히 우도 방향으로 향하는 ‘신비의 바닷길’을 지나는 길은, 마치 자연이 허락한 잠깐의 초대처럼 여행자에게 신비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이 구간은 다른 코스들에 비해 비교적 평탄하고 안전성이 높아 걷는 내내 긴장보다는 여유가 앞선다. 자연 속에서 나를 내려놓고 천천히 자신의 속도를 되찾는 데 최적화된 길이다. 마을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스치듯 지나며, 그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길이 지닌 소중한 매력이다. 시선을 멀리 두면 고흥만 너머로 이어지는 남해의 수평선이 펼쳐지고, 가까이에는 철새와 갯벌의 생명체들이 여행자에게 미묘한 울림을 전한다. 마치 일상 속에서 잊고 살던 감각들을 하나씩 되살리는 듯한 경험이다. 남파랑길 75코스는 단순한 경관 감상 이상의 ‘정서적 회복’을 이끌어내는 길이다.
걸음마다 풍경이 되는 힐링, 남도의 품에 안기다
남파랑길 75코스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도 ‘천천히’ 걷는 데에 있다. 이 길 위에서는 더 빨리 도착할 필요도, 무언가를 이뤄야 할 필요도 없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흙길과 바닷바람을 발바닥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신기거북이마을’은 코스 중간에 위치한 명소로,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여행의 작은 목적지가 되어 준다. 이 마을에서는 별자리 관찰, 건강 마늘 캐기, 갯벌 체험 등 평소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다. 단순한 힐링을 넘어서 몸과 마음, 감각을 모두 쓰는 ‘체험의 치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삶의 리듬을 자연의 리듬에 맞춰 조정하게 된다. 밀물과 썰물의 주기, 하늘을 덮는 구름의 흐름, 멀리서 울려오는 철새들의 소리는 인간 중심이 아닌 자연 중심의 감각을 되찾게 한다. 무심코 걷다 보면 어느새 생각도 가벼워지고, 그동안 마음속에 얹혀 있던 피로감이나 걱정들이 바람에 실려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코스는 도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힐링이 무엇인지 몸소 깨닫게 해주는 안내서와도 같다.
하지만 그만큼 주의사항도 명확하다. 길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식수나 간단한 간식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일부 구간은 차도와 인접해 있어 보행 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준비 과정조차도 이 코스를 향한 사려 깊은 기대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준비된 마음과 여유로운 발걸음이 어우러질 때, 남파랑길 75코스는 단순한 길을 넘어 ‘삶의 쉼표’가 된다.
걸음의 끝에서 마주한 진정한 나, 남파랑길에서 얻는 위로
남파랑길 75코스의 진가는 걸음의 끝자락에서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걷는 동안에는 그저 풍경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고 생각했지만, 도착점에 이르러서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과 깨끗해진 정신을 자각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힐링’은 단순히 피로를 회복하거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힐링은, 바쁜 일상 속에서 무뎌진 감각을 되찾고, 자신과 대화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 있다. 남파랑길 74코스는 그런 힐링의 본질을 경험하게 해주는 길이다.
여기엔 특별한 시설이 있는 것도,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것도 없다. 대신 시간과 자연, 그리고 걷는 나 자신만이 존재한다. 그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더 큰 위로와 안정을 준다. 신기수문동 버스정류장에 다다를 무렵,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그 길 위에 남겨진 작은 깨달음들이 떠오른다. 자연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얻게 된 것은 단순한 경관이 아닌, 일상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다.
남파랑길 75코스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마음의 여정’이다. 그래서 이 길은 혼자 걸어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걸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걸음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기억하는가이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처럼 조용한 위로의 길은 분명 필요하다. 오늘도 어디선가 삶에 지친 누군가가 이 길 위에서 조용히 자신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남파랑길 75코스는 그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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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정서를 품은 길, 남파랑길 75코스에서 힐링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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