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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만 품에 안긴 길, 남파랑길 76코스에서 만나는 생태와 노을의 향연

by 사부작거리누 202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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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이어지는 풍경의 연대기

남파랑길 76코스는 전라남도 고흥군과 보성군을 가로지르는 걷기 여행길로, 단순한 경계를 넘는 물리적 이동을 넘어 ‘자연과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 코스는 신기수문동 정류장에서 시작해 득량면의 비봉공룡공원까지 이어지며, 득량만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자연 생태와 풍경을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마을길과 공원, 그리고 갯벌과 바다를 잇는 이 여정은 평범한 도보여행을 뛰어넘어 감각적인 힐링과 지적인 흥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독특한 길이다.
노선 곳곳에 조성된 작은 공원들은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쉼터가 되어주며, 전체 코스의 안전성 또한 뛰어나 초보 걷기여행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득량만의 숨결이 발걸음을 덮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바다와 갯벌, 노을과 생태가 맞물리는 풍경 속에서, 걷는 이의 마음은 차분히 정리되고, 감각은 더욱 섬세해진다. 특히 이 구간은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아침에는 물안개와 어우러진 해변의 고요함이, 해질 무렵에는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마치 하루라는 시간을 길 위에 펼쳐놓은 듯, 자연은 걸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태와 노을의 교차점, 득량만의 품에 안기다

남파랑길 76코스에서 가장 큰 감동은 바로 ‘생태의 생동감’과 ‘노을의 정서’가 만나는 지점에서 온다. 코스 중간에 위치한 **안남어촌체험마을**은 지질학적 희귀성과 생태적 풍요로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곳이다. 이 마을에는 단층대, 숭어바위,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으며,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지질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하고, 살아있는 갯벌의 생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도시 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커다란 매력이다.
이어지는 장선해변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은 특히 일몰 시간에 찾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노을의 향연을 볼 수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해안선을 따라 불그스름한 햇살이 퍼져나가며, 하루의 끝을 고요하게 감싸 안는다. 장선해변은 단지 바다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면을 정리할 수 있는 명상적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득량만생태공원은 이 코스를 걷는 이들에게 필수로 들러야 할 생태 명소이다.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연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공존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공원이다. 물길, 숲길, 갯벌길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지형의 변화 속에서도 자연스레 힐링이 이어진다. 전체 코스는 편도 14km 내외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보 기준으로 4시간 남짓 소요되지만, 그 안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들과의 깊은 교감이 담긴다. 자연이 주는 위로를 제대로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길은 분명 그 기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걷는다는 것, 그 자체가 위로가 되는 길

남파랑길 76코스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치유 행위’이며, 내면의 평화를 회복하는 중요한 행로가 된다. 오랫동안 디지털과 도시 소음 속에 갇혀 지내던 감각들이 이곳에서는 서서히 풀리고, 자연과의 교류를 통해 본래의 자신을 회복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도보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비봉공룡공원 입구는 단순한 종점이 아니라, 되돌아본 길을 되새기는 사색의 출발점이 된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한 완주에 대한 성취가 아니다. 그것은 온몸으로 자연을 체험하며 차곡차곡 쌓인 위로의 총합이다. 안남의 단층대에서 시작된 생태의 감탄은 장선해변의 노을에서 감정의 정화로 이어지고, 득량만의 살아있는 생태계에서는 존재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코스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단순히 ‘여행지’를 찾는 이들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되짚고 싶은 사람, 말없이 나를 다독여줄 자연이 필요했던 사람, 혹은 걷는다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회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길은 최적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이며,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남파랑길 76코스는 걷는 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와 있습니까?” 그 물음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우리는 진짜 힐링에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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