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바닷길, 그 시작에 서서
남파랑길 78코스는 전라남도 보성군과 장흥군을 잇는 해안길로, 율포솔밭해변에서 시작해 장흥군 용산면 원등마을회관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남해안의 해안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문학과 역사, 그리고 지역 특산물의 향취까지 함께 어우러진 이 길은 단순한 걷기를 넘어선 **문화적 산책**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코스 중간마다 배치된 다양한 체험지와 휴식 공간은 걷는 이에게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로운 감각을 제공하며, 여유로운 여행을 완성해준다.
출발 지점인 율포해수욕장은 고운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남해안의 풍경을 보여주는 곳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여행자는 남도의 여유로운 품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이후 코스는 명교해수욕장, 회천수산물직판장, 수문해변, 키조개마을, 그리고 장흥 출신 소설가를 기리는 한승원 문학산책길을 지나며 점점 다채로운 색채를 더해간다.
이 코스는 남파랑길 전체 노선 중에서도 특히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즐길 거리가 조화를 이루는 구간으로 손꼽힌다. 걷는 내내 길가에 자리 잡은 수산물 직판장이나 소규모 어촌마을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문학적 콘텐츠를 마주하며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시간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문학의 향기와 해안의 빛깔이 교차하는 감성 산책
남파랑길 78코스의 백미는 단연코 **한승원 문학산책길**이라 할 수 있다. 장흥 출신의 소설가 한승원의 작품 속 배경이 된 장소들을 실제로 걸으며, 문학적 감성을 현실 공간 속에서 체험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 위에는 그의 문장을 새긴 조형물과 문학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 걷는 여정이 곧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깊이를 제공한다. 이는 자연의 정취에 문학적 감성이 더해지며 탄생하는 복합적인 힐링의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수문해변과 명교해수욕장 등 코스 곳곳에 자리한 남해안 특유의 백사장과 얕은 수심의 해변들은 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쉬어가기 좋다. 특히 득량만의 청정해역을 따라 이어지는 해변 산책로는 남도의 광활한 바다와 하늘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카메라를 꺼내지 않고는 지나치기 어려운 풍경을 자랑한다.
걷는 길 도중에 위치한 회천수산물직판장과 키조개마을은 신선한 먹거리의 천국이다. 이곳에서는 바다에서 갓 잡은 키조개, 전복, 해삼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어 걷기의 즐거움을 미각의 향연으로 확장시켜준다. 음식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남도 바다의 짭조름한 정취가 입안 가득 번지며 이 길이 단지 ‘이동’이 아닌 ‘경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조용한 주의와 따뜻한 감동이 공존하는 해안 걷기
남파랑길 78코스는 휴식과 체험, 자연과 문학, 먹거리와 사색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 다양한 취향을 가진 여행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만큼 일부 노선에는 **위험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도보 여행 시 안전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도로와 해변, 좁은 마을길이 혼재된 구간에서는 차량 이동에 유의하고, 이른 시간대나 해질 무렵의 조명 상태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교통편 역시 여유롭게 계획해야 한다. 시점인 율포솔밭해변 입구까지는 보성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종점인 원등마을회관에서는 장흥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버스가 운행되나 배차 간격이 긴 편이므로 사전에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중간 지점에서 음료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있지만, 편의시설이 밀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수, 간식, 비상약품 등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 모든 준비를 마친 뒤 걷기 시작하면, 남파랑길 78코스는 보답을 아끼지 않는다. 따스한 햇살이 반짝이는 바다 위를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등 뒤를 밀어주는 길 위에서 걷는 이의 마음은 어느새 가볍고 평온해진다. 문학의 향기와 바다의 정취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특별한 코스, 그것이 바로 남파랑길 78코스의 진정한 가치다. 도시의 소음과 속도에서 벗어나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이 길은 당신을 조용히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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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바다의 숨결을 따라 걷는 길, 남파랑길 78코스의 풍요로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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