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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공존하는 걷기 여행, 서해랑길 17코스의 평화로운 여정

by 사부작거리누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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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17코스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과 천북면을 잇는 약 17km의 도보길로,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에서 농촌과 갯벌, 소박한 마을 풍경까지 두루 만날 수 있는 코스다. 바닷바람과 작은 어촌, 들녘과 숲길이 차례로 이어지며 마치 한 편의 풍경화를 따라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사람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길 위에서 마주할 수 있으며, 걷는 이에게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백을 되찾게 해주는, 특별한 도보여행이 되어줄 것이다.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갈 때,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누군가는 도시를 떠나 산을 오르고, 또 누군가는 바다를 찾는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마음을 채워주지 못할 때, 가만히 걸을 수 있는 한적한 길이 필요하다.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길. 자연이 사람 곁에 다가와주는 길. 서해랑길 17코스는 바로 그런 길이다. 빠르지 않아서 더 아름답고, 특별한 것이 없어 더 기억에 남는 그 길. 이제, 함께 걸어보자.”

도시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걷기 시작하다

서해랑길 17코스는 충청남도 보령시 웅천읍 동대리에서 천북면 장은리까지 이어지는 약 17km의 구간으로, 해안선과 내륙의 농촌 풍경을 모두 아우르는 특별한 도보여행 코스다. 이 길의 매력은 인위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어디를 보아도 자연스러운 풍경과 정겨운 마을이 조화를 이루며, 도시의 소란과는 거리가 먼 세계로 안내해 준다.  
코스는 웅천해수욕장 인근에서 시작된다. 고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가 맞이하는 이 해변은 아침이면 고요한 햇살로 물들고, 오후엔 바람 따라 빛나는 바다로 변한다. 도보는 해변을 따라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어촌 마을과 들판길로 연결된다. 웅천면 일대는 오래된 마을 구조와 어우러진 어민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관광지가 아닌 ‘살아 있는 마을’을 걷는 기분이 든다.
이 길을 걷는 동안 특별한 액티비티나 화려한 풍경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장면들이다. 갯벌을 정리하는 어부의 모습, 밭일을 하는 주민들의 뒷모습,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있는 갈매기들. 이런 일상의 단면들이 오히려 깊은 감동을 준다.
서해랑길 17코스는 걷는 이로 하여금 조용히 생각하게 한다. 바다와 들판 사이를 오가며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간이다. 천천히 걷고, 조용히 바라보며, 소소한 풍경 속에서 큰 울림을 찾을 수 있는 그 여정은, 도시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바다와 마을이 이어주는 느린 풍경의 연속

서해랑길 17코스는 크게 세 가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첫 번째는 해안선, 두 번째는 어촌 마을, 그리고 세 번째는 농촌 들녘과 숲길이다.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걷는 동안 지루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도보 초반에는 바다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웅천해변과 갯벌지대가 이어진다. 물이 빠진 갯벌은 평범해 보이지만, 생명력 넘치는 생태계의 현장이기도 하다. 소라, 게, 바지락 등이 군데군데 살아 움직이고, 멀리서 어민들이 갯벌을 갈무리하는 모습은 이 지역의 생활과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금 더 걸어가면 마을길이 이어진다. 이 구간은 특히 조용하고 평화로운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 들려오기도 하고, 대문 앞에 놓인 화분 속 꽃이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주민들이 살아가는 집과 논밭, 마을회관과 소박한 슈퍼마켓까지.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길의 후반부로 가면 농촌 풍경이 지배적이다. 논밭이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고,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물드는 들녘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여름이면 초록빛이 짙어지고, 가을에는 황금물결이 넘실거린다. 이곳은 단순히 걷기 좋은 풍경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활의 풍경’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모든 공간이 하나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바다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숲과 들로 넘어가는 구간은 인위적인 경계 없이 연결되어 있어 걷는 이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걷다 보면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의 존재가 묘하게 겹쳐지며,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걷는다는 것은 곧, 공존을 배우는 일

서해랑길 17코스는 단순한 도보 코스를 넘어선다. 그것은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 삶의 속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풍경, 그리고 잊고 있었던 감정을 되살리는 여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평소 지나치던 사소한 것들이 이 길에서는 다시 의미를 가진다. 작은 풀 한 포기, 먼 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웃으며 인사해주는 어르신 한 분. 이 모든 것이 걷는 이의 마음속에 조용히 새겨진다.
걷는 동안 우리는 누구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단지 자신만의 속도로 풍경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그래서 이 길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무언가를 내려놓고 싶은 이들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서해랑길 17코스를 걷는다는 것은 곧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자, 삶의 리듬을 다시 조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길 끝에 도착했을 때 얻는 것은 육체적 피로가 아닌 마음의 정리이며, 감정의 여백이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돌아가지만, 이런 길 하나쯤은 느려도 괜찮다. 아니, 느리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 서해랑길 17코스는 그런 느림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긴 길이며,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허락해도 좋을, 가장 조용한 위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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