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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길 위에서, 서해랑길 18코스 도보여행

by 사부작거리누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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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18코스는 충남 보령시의 천북면에서 청라면까지 이어지는 약 16km의 구간으로, 조용한 어촌과 갯벌, 농촌마을을 잇는 평화로운 도보길입니다. 이 코스는 관광지 중심의 화려한 코스가 아닌,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조용한 시골 풍경과 소박한 자연 속에서 걸음마다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길입니다. 옛길의 정취, 조용한 바다, 고즈넉한 들녘이 한데 어우러지며 도보 여행자에게 일상의 피로를 덜어주고 내면의 평화를 안겨주는 여정을 선사합니다. 사람의 흔적이 지나간 풍경 속에서,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그 자체로 여행이 되고 쉼이 되는 진정한 슬로우 트래블의 가치가 녹아 있습니다.

자연의 호흡에 맞춰 걷는 길

서해랑길 18코스는 흔히 알려진 관광지와는 결이 다른 길입니다. 충청남도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에서 시작해 청라면 장현리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약 16km에 걸쳐 드넓은 갯벌, 조용한 마을길, 그리고 넓은 들판과 어우러진 숲길이 연속적으로 펼쳐집니다. 이 길은 ‘걷는다’는 행위가 단지 운동이 아닌, 하나의 명상처럼 느껴지는 구간입니다.  
길의 시작점은 소박한 농촌 마을이지만, 몇 걸음만 떼면 곧바로 드러나는 갯벌 풍경이 이 길의 독특함을 말해줍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달라지는 갯벌의 표정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확인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멀어지는 듯한 묘한 정적이 찾아옵니다.
이 코스의 매력은 ‘자연의 속도에 순응하는 여행’입니다. 차가 다니는 도로가 아닌, 사람의 발걸음만 허락된 조용한 흙길과 시멘트길, 그리고 낮은 언덕들이 이어지는 동안 걷는 이의 호흡은 점점 자연과 일치하게 됩니다. 급하게 무언가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풍경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서해랑길 18코스는 특히 사색과 휴식을 원한 이들에게 이상적입니다. SNS에 자랑할 화려한 뷰는 없지만, 마음을 깊이 울리는 풍경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길이 가진 진짜 힘이며, 많은 이들이 서해랑길을 ‘치유의 길’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들녘과 갯벌, 그리고 마을이 주는 정서적 평화

서해랑길 18코스의 초입부는 갯벌과 작은 포구, 그리고 논두렁 옆 시골길이 조화를 이루며 시작됩니다. 천북면 장은리 일대는 조용한 어촌 마을로, 도심의 소음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 펼쳐집니다. 밀물 때면 은은한 바다 내음이, 썰물 때면 생명력 가득한 갯벌 생태가 도보객을 반깁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수산물 창고와 소규모 어장이 드문드문 나타나며, 그 옆으로는 한적한 농가와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있습니다. 이곳은 단지 풍경이 아름다운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어촌의 일상, 시골의 하루,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들이 걷는 이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중반부에는 야트막한 구릉지대와 함께 작은 숲길이 이어지며, 여름이면 매미 소리, 가을이면 바람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길이 나타납니다. 도심에서는 듣기 어려운 ‘자연의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흐르며, 걷는 이의 발걸음을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청라면으로 접어드는 후반부에 들어서면 넓은 논밭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평온한 하늘과 함께 광활한 수평선이 펼쳐집니다. 이곳에서 마주하는 일몰은 장관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데, 붉게 물든 하늘이 논 위로 내려앉는 모습은 걷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서해랑길 18코스는 인위적인 조형물 없이도,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여행자에게 충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숨 고르듯 걷는 길에서 찾은 내면의 쉼

서해랑길 18코스는 한적함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삶의 흔적이 어우러진 특별한 여정입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걷는 내내 마음이 평온해지고, 자연과 하나 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이 코스가 ‘속도’보다는 ‘깊이’를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고, 너무 빠르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 길에서는 달릴 필요도, 무엇을 증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그 안에서 마음은 점차 정화되고, 복잡한 생각은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서해랑길 18코스는 걷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조용히 기다려주는 길입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천천히 숨 쉬게 되고, 눈앞의 풀 한 포기, 들리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스스로와의 거리를 좁히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 길 위에 존재합니다.
걷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면, 평범한 길이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감정을 남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바쁘게 지나쳐온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는지를 이 길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서해랑길 18코스는 걷는 자에게 묻지 않습니다. 다만, 말없이 길을 내어주고 기다릴 뿐입니다. 그러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가장 깊은 쉼을 경험하고, 다시금 삶의 방향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쉼’을 갈망하고 있다면, 서해랑길 18코스는 그 해답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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