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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바다 품은 길, 고요한 치유를 걷는 서해랑길 21코스

by 사부작거리누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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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피곤해지고,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무작정 바다를 찾아 떠나고 싶었습니다. 이른 새벽,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고요한 하늘을 바라보며 떠올린 장소가 바로 서해랑길 21코스였습니다. 이 길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청포대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안면읍 중장리’로 이어지는 약 15km의 여정입니다. 해변, 소나무숲, 어촌 풍경이 이어지고, 중장리 어촌마을에서는 소박한 인심과 정겨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처음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끝맺음을 맺는 그 순간까지, 내가 걸었던 모든 발걸음은 그저 이동이 아니라 마음이 정리되는 과정이었습니다. 바닷바람이 귀에 속삭이고, 소나무 향이 폐부 깊이 스며들고, 어촌 마을의 조용한 일상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길을 걸을수록 나는 더 깊이 숨 쉬고, 더 천천히 생각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그 느림 속에서 내 마음의 균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마음이 복잡하거나 숨이 막혀오고 있다면, 서해랑길 21코스가 보내는 조용한 초대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파도와 향기, 그리고 걷는 이의 고요한 대화

서해랑길 21코스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청포대해수욕장’에서 시작하여 안면읍 ‘중장리 어촌마을’로 이어지는 약 15km의 도보 구간이다. 걷기 속도로는 약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소요되며, 청포대의 넓은 백사장과 고운 모래, 그리고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이 조화를 이루는 구성이다. 이 길은 단순한 트레킹이 아니라, 자연의 풍경과 자신의 내면을 이어주는 감성적인 다리와도 같다.
출발 지점인 청포대해수욕장은 서해의 잔잔한 파도와 고요한 수평선이 특징인 곳이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에 도착하면, 바다는 빛의 변주에 따라 색을 달리하며, 걷는 이의 감각을 고요하게 깨운다. 모래 위를 맨발로 걷는 순간, 발바닥에 닿는 촉감은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풀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다 위 수평선을 바라보며 깊이 들이마신 공기는 도시의 미세먼지와 잡념을 한순간에 밀어내 준다.
청포대를 떠나 소나무숲길로 접어들면, 걷는 이의 호흡은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마음은 무방비 상태로 열리게 된다. 솔숲의 향기는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내면의 긴장을 서서히 풀어준다. 길 위에서 혹여 걷다 발걸음이 멈출 때면,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조각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고, 그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이 구간은 도시에서 복잡하게 얽힌 생각을 내려놓고,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어촌마을의 정서와 함께 완성되는 여정

소나무숲을 지나 마지막 종착지인 중장리 어촌마을로 향하는 길은 또 다른 감성의 변화로 이어진다. 고즈넉한 어촌 풍경이 펼쳐지고, 작은 포구와 나무 배들이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민들의 생활 소리,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간간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져 마음속 깊은 울림을 준다. 이 구간에서는 걷는 이가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되며, 길 위의 모든 것이 조용한 대화 상대처럼 느껴진다.
특히 중장리 주변에는 작은 시골 식당이나 민박집이 있는데, 산뜻한 해산물 반찬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은 여행자의 피로를 달래주는 소박한 환대로 다가온다. 간이정자에 앉아 서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쉬는 순간, 어촌마을 특유의 삶의 리듬이 천천히 전해져온다. 이때 걷는 이의 마음도 어촌의 평온함과 섞여 조용히 회복된다. 여정의 끝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도착'을 넘어 ‘회복’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정도이다.
서해랑길 21코스는 바다, 숲, 그리고 인간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으로 구성되어 있는 코드다. 발걸음마다 자연의 감각이 채워지고, 마침내 도착한 마을에서 받은 환대는 또 하나의 치유로 이어진다. 걷는 동안 길 위에 쌓인 감정이 자연의 도움으로 정리되고, 어촌마을이 그 정리된 감정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이는 이 코스가 단지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인간, 여정과 회복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이라는 증거다.

일상의 피로에 닿는, 가장 조용한 위로

서해랑길 21코스는 단순한 걷기 여행이 아니다. 그것은 삶에 잠시 쉼표를 찍고, 느림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다. 바다와 숲, 어촌 풍경이 이어지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도시의 압박을 벗어나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다. 빠르게 지나치고 싶었던 일상이 오히려 천천히 걷는 이 길 위에서 소중해진다.
이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트레킹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체력이 약한 이도,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싶은 사람도, 모두 이 길 위에서 위로받을 수 있다. 또한 하이킹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더없이 따뜻한 배경으로, 스스로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끝 지점인 중장리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어촌 풍경은 매우 평화롭다.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과 물결이 어우러진 장면은 걷고 난 후 마음을 여유롭게 감싼다. 하루의 여정을 잔잔하게 마무리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회복되고 있었던 자신을 깨닫게 된다.
서해랑길 21코스를 걷는다는 것은 단지 걷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조용한 휴식을 선물하는 행위이고,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내면의 소리를 회복하는 시간이자, 발걸음 하나하나가 나를 차분히 다독이는 순간이다. 오늘 하루, 혹은 어느 순간 '괜찮다'는 소리가 필요할 때, 이 길을 떠올려보자. 그 길 위에는 이미 조용히 울리고 있는 위로가 있으니까. 그리고 도착지보다, 그 여정을 통해 회복된 당신이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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