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31코스는 전라북도 군산시 대장도 선착장에서 시작해 섬 남측을 따라 원점 회귀하는 약 5.8km의 짧은 도보 코스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고군산군도 끝자락의 조용한 섬을 따라 혼자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갖기 좋다. 사람이 거의 없는 자연 속에서 바다와 하늘, 바람의 리듬에 귀를 기울이며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길.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걷기 여행이다.
도심에서 멀어진 조용한 섬길, 혼자 걷는 것이 어울리는 길
누구에게나 삶의 리듬을 잠시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다.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이루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저 쉼을 위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걷고 싶을 때. 그럴 때 찾기 좋은 길이 있다. 바로 서해랑길 31코스다. 이 코스는 군산 고군산군도의 끝자락, 대장도에 위치한 섬 속의 섬길이다. 5.8km라는 부담 없는 거리, 관광객이 거의 없는 한적한 분위기, 그리고 바다를 가까이 두고 걷는 조용한 트레킹 코스는 혼자 걷는 이에게 딱 맞는 공간이 되어준다.
31코스는 특별한 명소가 많거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코스는 아니다. 대신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고요함’을 품고 있다. 출발 지점인 대장도 선착장부터 시작해 섬의 남쪽을 따라 걷는 길은 마을의 소란보다는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온다. 길을 걷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상점이나 카페 같은 현대적인 공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천천히 걷는 것뿐이다.
그 단순함 속에, 오히려 깊은 치유가 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음악도 꺼두고, 세상과 단절된 느낌으로 걷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공백이 편안함으로 채워진다. 자연은 늘 조용하지만 충만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흐르고 정리된다. 서해랑길 31코스는 그렇게 혼자 걷기에 더없이 적합한 ‘사색의 길’이다.
도심에서의 삶은 빠르다. 모든 것이 속도를 재촉하고, 마음은 끊임없이 분주하다. 그런 일상의 틈 속에서, 이 짧은 섬길은 ‘멈춤’이라는 선물 같은 시간을 제공한다. 길을 걷는 동안, 나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보일 필요 없이 그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 바다를 따라 걷고, 바람을 느끼며,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늘만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평온이 스며든다. 그것이 바로 이 길을 혼자 걸어야 하는 이유다.
고요한 섬의 리듬에 발을 맞추다
서해랑길 31코스는 대장도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섬 남측의 임도와 해안로를 따라 순환하는 구조다. 첫 걸음을 내디디는 순간부터 익숙한 도시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이어지고, 간혹 갈매기 울음소리만이 이 고요한 섬에 생기를 더한다. 길은 대부분 완만한 흙길과 임도로 구성되어 있어 걷기에 부담이 없으며, 등산화보다는 편안한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좋다.
대장도는 고군산군도의 다른 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여유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섬 주민들이 손수 일구는 밭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낮게 이어진 집들이 보인다. 이곳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사람들은 무언가를 쫓기보다 자기 속도로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로가 된다.
코스 중간에는 탁 트인 전망 포인트들이 여럿 있다. 군산 앞바다를 굽어보며 서해의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지점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게 된다. 그런 순간마다 자연은 묵묵히 말없이 곁을 내어주고, 나는 그 곁에서 마음을 조용히 정리한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바다의 냄새가 스며드는 그 찰나에, 복잡했던 감정들은 하나씩 가라앉는다.
길 끝자락에 다다를 무렵, 처음 출발했던 선착장 풍경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출발과 도착이 동일한 ‘원점 회귀형’ 코스는, 어떤 의미에서는 스스로를 다시 만나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걷는 동안 불필요한 생각들이 저절로 흘러나가고, 나는 내 안의 고요를 되찾는다. 마치 정돈되지 않았던 마음속 서랍을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과정과 같다. 이 길은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사진을 남기기 위한 길이 아니다. 그저 걷는 자체가 목적이 되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길이다.
서해랑길 31코스는 짧지만, 그 짧음 속에 깊이가 있다. 길이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그 단조로움이 오히려 혼자 걷기에 적합한 리듬을 제공한다. 생각을 멈추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길. 그 안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얻게 된다. 섬의 고요한 리듬에 발을 맞추며 걷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의 리듬도 다시 균형을 찾는다.
말 없이, 조용히, 나답게 걷는 시간의 가치
서해랑길 31코스는 그 자체로 치유의 언어를 품고 있다. 시끄러운 것도,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혼자 걷는 사람에게는 이 길이 더없이 큰 위로가 된다. 이 코스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천천히 내 속도로 걸었는가’이다. 걷는 내내,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성과를 기대하지 않아도 되는 이 자유로움이야말로, 이 길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혼자 걷는다는 것은 때로 외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마주하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은, 우리가 평소에 지나치고 있던 내면의 소리다. 서해랑길 31코스는 그러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이다. 바다와 하늘, 바람이 배경이 되어주는 이 섬길에서는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외롭지 않은 고독, 불안하지 않은 정적. 이 길은 혼자인 시간을 부정하는 대신, 오히려 그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31코스는 길이 짧기 때문에 굳이 하루를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지만, 마음속에 남는 감정의 깊이는 결코 짧지 않다. 걷는 동안 마주했던 풍경, 들었던 소리, 그리고 느꼈던 감정은 일상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마치 일기장 속 한 줄 문장처럼, 잔잔하지만 힘이 있는 기록으로 남는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순간, 굳이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서해랑길 31코스처럼 조용하고 단순한 길도 충분히 나를 위한 여행이 될 수 있다.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아도 좋고, SNS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여정이 된다.
이 길을 다 걷고 나면, 분명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서해랑길 31코스가 선사하는 가장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다.
카테고리 없음
서해랑길 31코스, 고요한 섬길 따라 혼자 걷는 사색의 여정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