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34코스, 옛 철길 따라 걷는 감성 가득 바닷길 산책

서해랑길 34코스는 전북 군산시 장항선 폐선 구간을 따라 시작되어 옥산초등학교, 해망굴, 군산항을 지나며 펼쳐지는 약 15km의 감성적인 도보 여행길이다. 바다와 철길, 오래된 마을 풍경이 어우러지며 걷는 이에게 특별한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이 코스는, 한적한 골목과 바람 부는 해안가, 그리고 기차가 다니던 옛 선로 위에서 걷는 발걸음이 모두 추억이 된다.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들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감동적인 여정을 만나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감성의 길

도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풍경이 아니라 ‘느낌’이다. 바람이 스치고, 발밑의 흙이 느껴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그 체감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느낌은 오래된 것들, 사라진 기억들이 남아 있는 장소에서 더 깊어진다. 서해랑길 34코스는 바로 그런 길이다. 바다 냄새와 기차 소리의 잔향, 그리고 골목을 가르는 햇살이 어우러진 이 도보 코스는 시간 여행처럼 걷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여정이다.
34코스는 전라북도 군산시 내항 일대를 중심으로 약 15km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옛 장항선 철로를 따라 이어지는 이 길은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여전히 기차 소리를 기억하는 선로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길 위로 걷는 발걸음마다, 오래전 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철길 옆에 자리한 골목과 해안 풍경은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평온함을 준다. 무엇보다 이 코스는 철도, 바다, 마을, 숲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걷는 내내 다양한 풍경과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성 도보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출발 지점은 과거 군산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군산항 인근에서 시작한다. 첫걸음을 떼면 곧바로 옛 철길 구간이 등장하며, 걷는 이를 ‘지금’이 아닌 ‘그때’로 이끈다. 선로는 녹슬었지만, 정겨운 느낌으로 남아 있고, 중간중간 놓인 벤치와 쉼터는 잠시 머물러 지나온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안이 시야에 들어오고, 갯벌과 어선, 그리고 낮게 깔린 바다가 풍경을 이룬다. 이 모든 요소는 감성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또한, 이 코스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을, 어린 시절 소풍을 떠났던 학교 앞 골목, 기찻길을 건너던 추억 등 ‘기억’이라는 감정을 자극하는 지점이 연속되어 있다. 그 감정의 흐름은 걷는 동안 고요하게 이어지며, 마치 나만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감정을 선사한다. 서해랑길 34코스는 그렇게 걷는 이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감성 여행길이다.

철길, 골목, 바다…풍경이 감정이 되는 순간

서해랑길 34코스의 첫 구간은 장항선 폐선 구간을 따라 조성된 ‘철길마을’이다. 지금은 더 이상 기차가 오가지 않지만, 선로 위를 걷는 경험은 과거의 기차 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선로 옆으로는 개조된 작은 전시관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간이역을 모티브로 만든 쉼터와 벤치도 눈길을 끈다. 걷는 동안, 이곳에서 열차를 기다렸을 사람들의 기다림과 설렘이 묻어난다. 철길 위를 따라 걷는 것은 단순한 도보가 아니라, 시간의 결을 따라가는 감정의 여정이 된다.
철길을 벗어나면 골목길이 이어진다. 군산의 오래된 마을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이 골목은, 아스팔트 대신 콘크리트와 자갈이 어우러진 소박한 길이다. 낡은 벽과 나무 대문, 그리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이 조용히 펼쳐진다. 이 길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풍경은 그 자체로 걷는 이의 감정을 이완시키고, 어느새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특히 옥산초등학교 부근은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간직한 장소로, 교정에 남은 운동장과 나무 벤치, 종소리조차 잊혀진 풍경은 오래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코스의 중반부에 들어서면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해망굴을 지나면서 맞이하는 해안길은 갑작스럽게 시야가 확 트이면서도 한층 더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파도 소리와 함께 걷는 해안 산책로는 자연과 도시가 맞닿은 지점에서, 묘하게도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해안 풍경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담백함 속에 더 깊은 울림이 있다. 특히 바닷가 벤치에 앉아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풍경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코스의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감정의 흐름은 더욱 차분해진다. 군산항의 묵직한 구조물들과 선박들이 줄지어 정박한 모습은, 감성 속에서도 산업의 무게감을 느끼게 하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여정을 마무리할 즈음엔, 걷는 이의 마음이 처음과는 조금 달라졌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다. 철길에서 시작된 과거와 현재의 조우, 골목에서 느낀 정겨움, 그리고 바다에서 받은 조용한 위로까지—이 모든 요소들이 서해랑길 34코스를 감성 도보 여행의 완성판으로 만들어 준다.

기억을 걷는 길, 마음에 남는 풍경

서해랑길 34코스는 그저 ‘예쁜 길’이 아니다. 그것은 오래된 선로 위에서 시작된 시간의 여행이며, 골목과 바다를 지나며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조용한 감성의 길이다. 걷는 동안 마주치는 모든 풍경에는 이야기가 있다. 철길 위를 걷는 발걸음에는 지나간 추억이 담기고, 골목 어귀의 담장에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그리고 바닷바람 속에는 지금 이 순간의 위로가 조용히 스며든다. 이 모든 풍경이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되어, 결국 걷는 이의 마음속에 오래 남게 된다.
이 코스를 따라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장소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한 장 한 장 펼쳐보는 일이다. 누군가는 이 길 위에서 지나간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이 길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어느 누구든, 이 길 위에서는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지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바람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숙이 머무른다.
서해랑길 34코스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한다. 봄의 햇살, 여름의 바람, 가을의 빛, 겨울의 정적—그 모든 계절 속에서 이 길은 감성을 담아낸다. 철로와 바다, 골목과 나무, 해질 무렵의 풍경까지. 감성 도보 여행을 찾는 이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길이 있을까. 스쳐 지나가는 것 같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풍경. 그게 바로 서해랑길 34코스가 전해주는 진짜 선물이다.
그래서 이 길은 한 번 걷고 마는 길이 아니다. 언젠가 다시 찾게 되는 길, 조용히 마음이 이끄는 길, 그리고 언젠가 떠올리면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의 길. 그런 의미에서 서해랑길 34코스는 단순한 걷기를 넘어, 한 편의 감성 영화 같은 여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