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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59코스, 해풍 속을 걷는 섬마을 순례의 길

by 사부작거리누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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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항에서 외연도항까지 이어지는 서해랑길 59코스는 총 12.5km의 섬 구간으로, 삽시도·장고도·고대도·외연도를 연결하는 도서 트레일이다. 이 길은 각각의 섬을 잇는 배편을 활용해 섬과 섬 사이를 건너는 독특한 구성으로, 섬마을의 소박한 일상과 바다의 고요함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진귀한 도보 여정이다. 거센 해풍과 정적인 풍경, 그리고 마을의 정취 속에서 우리는 잊고 지낸 순례자의 감각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섬을 건너며 걷는 길, 바다 위 순례의 시작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걷는 행위는 오히려 내면의 깊은 부분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하나의 순례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그 길이 바다 위 섬과 섬을 건너는 여정이라면, 걷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모든 감각은 더욱 섬세하게 각인된다. 서해랑길 59코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순례길이다. 물리적인 거리보다 정서적인 깊이를 가진 길, 해풍과 마주하고,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걷는 여정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서 감정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서해랑길 59코스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의 삽시도항에서 시작해 외연도항까지 이어지는 약 12.5km의 섬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코스는 단일 섬을 걷는 일반적인 도보 코스와는 다르게, 여러 개의 섬을 배편으로 오가며 각 섬의 도보 구간을 이어 걷는 방식이다.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 외연도. 이름만으로도 서해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 섬들은 각각 특유의 분위기와 자연, 사람들의 삶의 결을 간직하고 있다.
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이 여정은 순례라는 단어와 어울릴 만큼 묵직한 울림을 준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걷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걷는 이의 감각은 보다 예민해지고, 자연은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각 섬을 거쳐갈 때마다 ‘하나의 길’이 아닌, ‘연결된 삶의 파편’들을 만나게 된다. 마치 조용한 의식을 치르듯, 한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 이동하며 걷는 이 여정은 우리 내면의 무언가를 움직이게 만든다.
이러한 구성을 갖춘 59코스는 일반적인 도보여행과는 결이 다르다. 단일한 경로를 따라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섬과 바다, 그 사이를 이동하며 시간과 공간을 교차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결국 걷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정적인 힘이 있다. 순례란 결국 ‘나’를 향한 여정이고, 서해랑길 59코스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특별한 길이라 할 수 있다.

해풍과 마을의 숨결, 섬을 걷는 감각

서해랑길 59코스의 시작은 **삽시도항**이다. ‘모래를 씻어낸다’는 이름처럼 깨끗한 해변과 소박한 어촌이 어우러진 이 섬은 걷기 전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데 충분하다. 삽시도 도보 구간은 해안 산책로와 마을길이 조화를 이루며, 바다 내음과 파도 소리가 길잡이처럼 이어진다. 삽시도에서는 조용한 항구와 방파제, 그리고 바닷가를 따라 늘어진 몽돌해변을 지나게 된다. 사람보다 자연의 기척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 구간은 도심에서의 속도를 완전히 잊게 만든다.
삽시도에서 장고도로 이동하는 배편은 이 여정의 핵심 중 하나다. 파도를 가르며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걷는 이는 고요한 수면을 바라보며 잠시 ‘멈춤’의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도착한 장고도는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긴 모래사장을 중심으로 한 해변 마을로, 걷는 구간마다 어촌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곳은 해풍이 가장 거세게 부는 지역 중 하나로, 바람에 몸을 맡기며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많은 생각들이 비워지기 시작한다.
고대도는 이 코스에서 가장 조용하고 내밀한 공간이다. 작지만 숲길과 해안길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걷기에 이상적인 섬이다. 이곳을 걷는 동안 걷는 이는 ‘혼자’라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누군가와 나누지 않아도 되는 감정, 오직 나만의 리듬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은 그 자체로 회복의 힘을 지니고 있다. 고대도에서는 짧은 구간이지만 밀도 있는 풍경이 펼쳐지며, 감정의 중심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섬은 외연도다. 가장 먼 곳에 위치한 만큼, 섬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매우 고요하고 깊다. 외연도항에서 시작하는 길은 섬 내 마을을 따라 걷는 형태로, 이 길의 끝에서는 마치 긴 여정을 마친 순례자처럼, 새로운 자신을 마주하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한 섬, 한 섬을 건너오며 느낀 바람과 파도, 마을의 숨결은 이 마지막 섬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된다.
이처럼 59코스는 단일 경로가 아닌 여러 섬을 경유하는 특이한 구성으로, 물리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흐름 또한 단계적으로 변주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걷는 이의 감정은 삽시도의 소박함에서 시작해 장고도의 강한 해풍, 고대도의 고요함, 그리고 외연도의 차분한 마무리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순례서사처럼 길 위에 새겨지는 것이다.

섬을 걷는다는 것, 마음을 건너는 일

서해랑길 59코스는 도보 코스라기보다 하나의 **의식**에 가깝다. 섬과 섬을 배로 오가며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걷기를 넘어선 감정의 순례를 경험하게 된다. 각각의 섬은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이야기 속을 걷는 동안 걷는 이는 스스로의 감정과 천천히 화해해간다. 섬은 인간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공간이다. 육지처럼 빠르게 걷는 것이 불가능하며, 바다라는 장벽은 외부의 소음을 차단해준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진짜 나를 만난다.
59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각각의 섬이 보여주는 삶의 결이다. 화려한 풍경이나 유명한 명소는 없지만, 그 대신 바람이 다듬은 바위, 세월이 스민 골목, 낚싯줄을 손질하는 어르신들의 손길 같은 일상의 풍경이 담백하게 감정을 건드린다. 걷는 이는 어느새 그 공간과 호흡을 맞추고, 섬의 리듬에 자신을 맡긴 채 감정의 중심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이 길은 혼자 걷기에 이상적인 여정이기도 하다.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섬을 천천히 거닐며, 걷는 이의 마음도 조용히 다듬어진다. 순례는 원래 ‘무언가를 찾는 여정’이지만, 이 길에서 우리는 찾으려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되찾게 된다. 바다와 섬, 바람과 길. 모든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완성되는 감정의 여정은 한 발 한 발 내디딜수록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서해랑길 59코스는 단순히 바다를 건너는 길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건너는 길, 삶의 결을 다시 맞추는 순례의 길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잠시 멈추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소란스러운 삶에서 벗어나 조용한 자기만의 길을 걷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길은 그들에게 가장 조용하고 진실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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