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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67코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바닷마을 산책길

by 사부작거리누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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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항에서 시작하여 태안군 남면 신온리 영목항에 이르는 서해랑길 67코스는 약 13.5km의 여정이다. 유려한 해안선과 평화로운 섬마을의 일상, 그리고 다리를 건너며 만나는 바다의 광활한 풍경이 어우러져 걷는 내내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체감하게 된다. 이 길은 걷는 이로 하여금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서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서의 해안과 마을을 깊이 있게 느끼게 해준다.

조화로운 풍경을 따라 걷다, 삶과 자연이 맞닿은 그 길 위에서

우리가 걷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 또 어떤 이는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 위해 걷는다. 하지만 때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걷는 길도 필요하다. 그저 지나치는 곳이 아닌, 사람들의 삶과 자연의 결이 만나는 풍경을 직접 발로 느끼며 나아가는 길. 그런 의미에서 서해랑길 67코스는 단순한 도보 여행을 넘어서는 ‘공존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서해랑길 67코스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항에서 시작해 태안군 남면 신온리의 영목항까지 약 13.5km를 걷는 구간이다. 원산도와 안면도를 잇는 긴 연륙교를 건너며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고, 해안선을 따라 조용히 이어지는 섬마을을 통과하는 이 길은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가는지’를 몸소 느끼게 해준다. 마을과 바다, 숲과 해변, 이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하나가 된 풍경은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걷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특별한 명소가 없어도, 눈부신 전망대가 없어도 이 길은 충분히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오히려 일상의 자연스러움 속에서 진한 울림이 전해진다. 파도가 낮게 일렁이는 해안가를 따라 걷다 보면, 고요함 속에서 뚜렷하게 들리는 것이 있다. 마을 어귀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오래된 담벼락에 부딪히는 햇살의 따뜻함.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공존된 장면으로 완성된다.
자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사람들은 그 자연 안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서해랑길 67코스는 그러한 교훈을 말없이 전하는 길이며, 동시에 그 안에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연륙의 길 위에서 만나는 해안마을의 일상

서해랑길 67코스는 원산도항에서 출발한다. 원산도는 과거엔 배로만 닿을 수 있었던 외딴 섬이었지만, **원산안면대교**가 개통되면서 육지와 연결되었다. 이 다리는 단순히 땅과 땅을 잇는 기능을 넘어, 사람과 자연, 그리고 일상과 여행을 이어주는 다리이기도 하다. 바다 위를 걷듯 이어지는 이 연륙교 위에서는 해질 무렵, 붉게 물든 수평선과 함께 서해의 풍경을 넉넉히 감상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이어지는 안면도 남단의 해안마을들은 오래된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채 걷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온리 마을길을 따라가다 보면,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삶의 흔적이 배어 있는 풍경들이 나타난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골목 어귀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 항구에 정박한 낚싯배들. 이곳에서 ‘시간’은 도시처럼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 대신 삶의 리듬에 따라 조용히 천천히 흘러간다.“
코스 중반에는 숲길도 등장한다. 소나무가 울창하게 늘어선 작은 숲길은 해풍을 막아주는 동시에, 걷는 이에게 그늘을 선물한다. 바다와 숲, 그리고 마을이 차례로 이어지는 이 구간은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조화롭게 존재하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풍경이 과하지 않고, 마을이 시끄럽지 않고, 자연이 주는 감정은 억지스럽지 않다. 이런 균형은 걷는 이의 마음에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람 중심의 길 구성이다. 67코스는 도보자 중심의 안전한 길 구성으로, 비교적 편안한 경사를 유지하고 있으며 휴식 공간과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포구와 쉼터는 잠시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감정을 길 위에 남겨두고 싶다면, 이 구간만큼 좋은 길도 드물다.
마지막 도착지점인 영목항에 다다르면 코스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여정이 끝났다는 아쉬움보다, 걷는 동안 축적된 풍경과 감정들이 천천히 가슴속으로 내려앉는다. 바닷길을 따라 이어진 마을과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장면으로 남게 된다.

걷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의 교차점에서

서해랑길 67코스는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에 풍부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길이다. 우리가 지나치는 풍경들은 단지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조용히 알려준다. 어딘가 특별하거나 이국적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 평범함 속에서 더 깊은 공감이 일어난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문득 ‘나는 얼마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바쁘게 살던 일상이 이곳에서는 조금은 느슨해지고,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길가의 꽃 한 송이,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모습, 아이들이 뛰노는 포구의 오후. 그 모든 장면이 한 편의 일상 다큐처럼 스쳐 지나가며 걷는 이의 가슴속에 잔잔히 남는다.
마을과 바다, 숲과 사람. 이 모두가 섞이지 않고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길. 걷는 동안 몸은 피곤할 수 있으나,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지고 따뜻해진다. 그것이 서해랑길 67코스가 전하는 진짜 매력이다.
때때로 우리는 여행지를 찾으며 볼거리를 기대하지만, 이 코스는 다르다.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길. 자연과 사람, 그리고 그 안에서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조용하고 단단한 도보 여정이다. 지금, 당신이 이 길 위에 선다면, 그 조화로운 풍경 속에서 분명 새로운 감정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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