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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66코스, 바람과 파도가 머무는 쉼의 시간

by 사부작거리누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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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66코스는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호동리의 삽시도 선착장에서 시작해 대천항까지 이어지는 약 14.4km의 길이다. 유·무인도서가 빼곡히 이어지는 풍경, 소나무 숲과 해변길, 작은 어촌마을과 어우러지는 이 코스는 복잡한 도심의 시간을 내려놓고 조용한 자연과 삶을 마주할 수 있는 ‘쉼의 길’이다. 걷는 이에게는 말 없는 위로를, 머무는 순간에는 잔잔한 평화를 선물하는 이 길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잠시 멈추어야 보이는 풍경, 걷는 이에게 주는 쉼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일이든, 공부든, 관계든 ‘멈춘다’는 것은 마치 도태되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활동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만나고 싶을 때, 우리는 자연 속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길, 바로 서해랑길 66코스에서 우리는 조용히 쉼을 배운다.
서해랑길 66코스는 충남 보령시 미산면 호동리, 삽시도 선착장에서 시작하여 대천항까지 이어지는 약 14.4km의 도보 코스다. 처음엔 배를 타고 삽시도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섬길’이라는 특수한 매력을 갖는다. 그러나 그 특별함보다 더 인상 깊은 건, 이 코스를 걷는 동안 흐르는 시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바다를 품은 이 길은 어느새 우리의 삶에 잃어버린 속도와 여유를 다시 회복시켜준다.
이 길의 시작점인 삽시도는 도시의 감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맞이한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인위적인 조형물도 거의 없다. 대신 옛 어촌의 풍경과, 유유히 흐르는 바다, 소나무 숲길과 해변이 걷는 이의 시선을 천천히 움직이게 한다. 조용하고, 단순하며, 그래서 더 깊이 있는 풍경들이다.
66코스를 걷다 보면,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다. 너무 조용해서, 너무 평화로워서,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멈칫하게 된다. 그러나 곧 알게 된다. 이 길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길이 아니라, 그저 천천히 ‘지나오는’ 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지나침 속에서 우리는 점차 자신을 회복해 나간다.
마음을 쉴 수 있는 시간은 결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넓은 하늘, 낮은 파도, 나무 그늘 아래의 조용한 벤치 하나면 충분하다. 서해랑길 66코스는 그런 소박한 장면들을 가득 품고 있는 길이다. 자연과 바람, 마을의 정취가 걸음마다 작은 위로로 스며드는 이 길에서 우리는 비로소 ‘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느끼게 된다.

조용한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도보 여행

서해랑길 66코스는 **삽시도 선착장**에서 시작한다. 이 작은 섬은 배로 들어가야 하는 만큼, 일상과는 다른 리듬으로 전환되기 좋은 출발점이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바다보다 사람들의 느긋한 걸음이다. 이곳은 여행지라기보다 일상이 조용히 이어지는 마을에 가깝다. 삽시도의 해변은 유난히 잔잔하고, 해변길을 따라 이어진 소나무 숲은 걷는 이의 마음을 자연스레 진정시킨다.
섬 내부의 길은 완만한 오르내림과 자연스러운 굴곡이 있다. 진너머해수욕장, 거멀너머해수욕장, 물망터해변 등을 지나며 다양한 해안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해변에는 관광객보다 주민이 많고, 간간히 조개를 줍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파도는 낮고, 바람은 일정한 속도로 흐른다. 걷는 내내 들리는 건 발걸음 소리와 파도 소리뿐이다.
삽시도에서 육지로 나와 다시 걷는 길은 장고도와 고대도를 향하는 선착장과 연결된다. 그 주변은 해양문화가 스며든 작은 어촌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포구마다 고깃배가 묶여 있다. 바다에서 돌아온 어민들의 손길과 작은 시장의 풍경은 잠시 머무는 이에게 사람 사는 냄새를 전한다.
코스의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대천항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관광객과 어민이 오가는 대천항은 이 코스의 마무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장소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길을 마무리하는 그 순간, 마음속에 고요한 충만감이 스며든다. 처음 삽시도에서 느꼈던 그 느릿한 리듬이, 여전히 몸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이 코스는 단순한 풍경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 흐름’을 구성한다. 섬에서 시작해 해안을 따라, 어촌을 지나 항구에 이르는 동안, 걷는 이는 점차적으로 ‘쉼의 깊이’에 스며들게 된다. 특별한 체험이나 이벤트는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진하게 남는 길. 그것이 서해랑길 66코스가 가진 힘이다.

마음을 쉬게 해주는 가장 단순한 방식

서해랑길 66코스는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섬이라는 공간, 해변이라는 경계, 그리고 어촌이라는 일상적인 풍경이 걷는 이를 긴장에서 해방시켜준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답답할 때, 이 길은 과하지 않은 자연의 방식으로 조용히 다가온다.
우리는 종종 ‘힐링’을 거창하게 생각한다. 좋은 호텔, 멋진 뷰, 근사한 식사 같은 외부 자극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코스를 걷고 나면 알게 된다. 진짜 힐링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을. 파도를 바라보며 멍하니 걷는 시간, 길가의 풀잎을 바라보는 여유, 바람이 스치는 얼굴에 미소 짓는 감정.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쌓이며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회복된다.
66코스는 끝난 후에도 길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삽시도의 고요함, 해변의 잔잔함, 어촌의 따뜻함이 마음속에서 반복 재생되듯 흐른다. 그리고 다음 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깨닫게 된다. ‘아, 어제는 정말 마음이 편안했었지.’ 이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일상 속에서도 힘이 되는 감정 자산으로 남는다.
지친 마음을 쉬게 하고 싶다면, 화려한 곳보다 조용한 자연을 찾아야 한다. 서해랑길 66코스는 그런 의미에서 걷는 사람에게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치유받을 수 있는 길’이다. 목적이 없어도 좋고,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 그저 한 걸음씩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어주는, 바다와 숲과 마을이 함께하는 길. 그 길은 오늘도 조용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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